공지영/무소의뿔처럼혼자서가라/책리뷰
지난 날 여성의 고통과 권익을 위해서 또 앞서가자는 것을 말하는 페미니즘이 아니였다.
결국 내면적으로 성숙한 견고한 여성의 모습을 깨우라는 말이였는지도 모른다.
여자라는 이유로 더이상 나약하게 굴지 말 것을,
혼자서 당당할 것이라 외침만 해대지 말고 정말 그렇게 내면이 강해져야 한다는 것을 보여줬다.
안타깝고도 안타까울 정도의 하지만 너무나 보편적인 여자 세명을 통해서 말이다.
절대로, 어차피, 결국엔 이런식으로 사는 세여자가 결국엔 자살을 하고 이혼을 하고 체념을 한다.
흔하지 않은 이야기 일지도 모르지만 너무도 진부해보이기까지 하는 모습들.
강인하고 독립적인 여성도 결국은 사회앞에서 "의지함"을 보여주는 이야기들 속에서 결코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나는 "여자라는 동물이 원래" 라는 결론을 내려버리고 말았다.
공지영의 의도는 절대 이런 결과를 바라는 것이 아니였을 텐데 말이다.
영선의 자살미수에 그친 것은 결국 내면은 살인미수였던 것이다.
남편을 죽이고 싶은 마음에 그 후에 먼지처럼 사회에 떠돌아다닐 그 남자에게로의 동정표조차 허락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영선은 자신의 몸을 그었지만, 결국 (남자들은 알지 못하지만) 그건 남편을 죽인 것과 같은 의미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여자이기 때문에 가끔 정신을 놓는 순간이있다. 영선이 그날 집에 가서 초인종을 누를때 영선은 남편에게 다 용서하고 다시 시작하자고 미안하다고 라는 말을 하려고 했었다.그건 여자이기 때문에 너무도 동감하는 순간이였다.
나를 짐승처럼 만들어 놓지만 그 조차도 버리지 못하는.. 그건 정인 걸까 미련함인걸까. 그것이 여성의 무능한 본능중 하나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 세상의 많은 어머니들이 "그래도 이혼만은.."으로 살아계시지 않는가.
혜완의 경우또한 그랬다. 남편이 힘들어하는 모습도 보였지만 결국 같은 아이를 잃는 슬픔을 겪고도 유난히 늪에라도 빠진 듯이 헤어나오질 못해한다.
그 모습 또한 여자이기 때문에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지만 여자는 남자들보다 사색과 슬픔에 다이빙을 해서라도 빠져드려하는 근성이있다고 생각한다.
경혜의 초기 모습을 지지했다. 그것이 살아가는 법이라고 생각했다. 개인적으로 말이다. 하지만 결국 현실에서 나는 사소한 일도 트라우마가 되는 연약한 여인일 뿐이였다.그런 나의 모습을 발견하는 시간들이 책읽는 동안 가장 싫었던 것 같다.
이런 여자의 본능을 대체 어떻게 해야할까. 나는 결국 공지영이 구하라는 이야기를 깡그리 무시하고 내멋대로 느껴버리고 말았다.
교보문고를 나오는 계단을 밟으면서 더욱 더 꾹꾹 밟았다. 그래도 마음이 세차지지 않았고 어떤 다짐도 생기지 않았다.
공지영은 아주 오래 전에 이 이야기를 썼고,나는 2010년을 산다.그리고 나는 공지영의 주인공들처럼 여자라는 이유로 사회적 족쇄가 있는 세상을 살진 않는다. 하지만 나도모르게 일부러 그 속에 얽매이고 싶어하는지도 모르겠다.
결국 나의 2020년 나와 그 글속의주인공들의 나이가 엇비슷해지는 32~33살엔 이 이야기가 너무도 친근한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페미니즘을 외치면서도 결국은 사랑이 아닌 남자앞에 모두 무너지는 게 여자라는 동물인건가. 차라리 그것이 사랑이라면 좋았을 것을.
살아갈 수록 나를 여자를 그리고 삶을 모르겠다. 내가 사는 삶이 삶인건지, 지루한 꿈인건지, 여행인건지 분간해낼 수가 없다. 덕혜옹주도 이 책도 모두 나약해서 속상한 모습들 뿐이다.
영선이처럼 경혜처럼 혜완이처럼 그런 끔찍한 삶을 살게 되지 않을까. 똑같은 삶을 재연하며 살게 되는건 아닐까.
그녀들의 모습에서 자꾸만 떠오르던 장면들
나를 사랑하던 이의 등돌리는 모습을 볼 수가 없어서 더욱 헌신적으로 굴다가 결국 괴물이 되어버리더 나의 지난 어느 날.
그때가 자꾸만 생각나서 고작 23살에 그들의 뒤를 밟는 삶이 되버린 것만 같다.
내가 사랑했던 씩씩하고 꿋꿋했던 서혜완은 어느날 갑자기 주눅이 든 채로 내게 기대기 시작했어. 그리고 핑계를 댔지. 사회가 남자들이 혹은 내가 너를 그렇게 만든다고 말이야.아니, 우리 어머니들은 그보다 강했어. 여자로 태어난 이상 넌 그것과 당당히 맞섰어야 했어. 혼자서라도 우선 혼자서라도.
이미 식어버린 커피에 맛이 쓴 하얀 크림은 섞이지 못한다.
남자와 여자의 이해심도 사랑이 있을 때만 가능하다.
스스로가 짐승같아지는 그 시간들....
글쎄... 아까도 말했지만 결혼생활 어디를 찾아봐도 내가 없었어.
난 한때는 글도 잘쓰고 공부도 잘하고 꽤 칭찬도 받았던 괜찮은 여학생이었는데....
그 남자의 학비가 없으면 나는 어느덧 그 남자의 학비가 되고,
그가 배가 고프면 나는 그 남자의 밥상이 되고, 그 남자의 커피랑 재떨이가 되고, 아이들의 젖이 되고,
빨래가 되고, ...........
그 남자가 입을 여는 동안 나는 그런 것들이 되어 있었어.
나는 목욕탕 앞의 발닦개 처럼 모든 사람들이 나를 밝고 가도록 내버려 두었어.
하지만 그런 순간에도 말야..... 난 누구보다 내가 똑똑하고 현명하고 그리고 나 자신을 지키는 여자라고 누가 물었다면
맹세라도 했었을거야. 우습지 않니?
미현아 난 내 발등만 보면서 걷는다. 낯설은 사람들, 낯선 학교, 낯선 선생님들...
낯설은 것은 그것이 무엇이든 내게는 형벌이야
넌 가장 강한 여자인 것처럼 행동했지만 넌 언제나 어린아이 같았어.
어떤 땐 마치 니가 너의 상처를 내게 들이대면서 목을 조르는 것만 같았어.
자 문선우 봐라 이래도 너가 날 좋아할래? 이래도? 이렇게 나쁜 짓을 해도?
처음엔 니가 사랑을 확인받고 싶어하는 줄 알았어.... 참으려고 애를 썼지.
그 다음엔 너의 상처 때문인 줄 알았어..... 그래도 이해하려고 애를 썼지.
하지만 어느 순간 나는 알았어.... 넌 내게 기대고 싶었던 거야.
어떤 사람도 믿을 수 없다고 내게 소리를 질러가면서 넌 내 옷자락을 붙들고 있었던 거야........
혼자서는 비명도 별 소용이 없는 것이었다.
비명이라든가 신음소리라는 건 또 하나의 언어였다.
언어는 그것을 알아듣고 그것을 이해하고 나아가서 그것을 어루만져 줄 사람이 있을 때 필요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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